이 책은 현대 창업 50주년을 맞이하여 현대 사람들이 기획된 정주영의 회고록이다. 정주영이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정주영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었다. 정주영이 보여준 성공 스토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형식은 매우 다양하였다. 소설과 같은 허구적 형식으로 만들어낸 것,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책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정주영은 그러한 서적들이 다소간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차이가 없기에 구태여 새롭게 책을 엮어낼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자신의 살아온 날을 보다 잘 정리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기에 이 책은 정주영의 보다 자세한 삶의 이면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그 책의 구성은 여느 정주영에 관련한 평전들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목차는 크게 9개로 나뉘지만, 그 흐름은 정주영의 생애를 통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1 고향, 부모님, 2 현대의 태동, 3 나는 건설인, 4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 5 중동 진출의 드라마 그리고 1980년, 6 서울올림픽 유치와 제5공화국, 7 금강산과 시베리아 개발, 8 애국애족의 길, 9 나의 철학 현대의 정신으로 구성된 제목은 정주영의 삶 전반을 개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자서전의 형식이고, 다른 평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전체적인 내용을 요악하지 않아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가장 앞부분인 정주영의 서문에는 주목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정주영은 서산 농장에서 아버지를 회상한다. 정주영이 현대라는 굴지의 기업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가난에 대한 피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출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쓰는 시점에서 정주영은 자신의 아버지가 서산 농장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주영은 고향을 벗어나 대한민국을 일으킬 정도의 기업을 이끌어냈지만, 가슴 한편에 고향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만년에 보여준 정치적 행보와 대북지원 사업과 관련한 모습은 정주영의 가슴 속에 공존하고 있는 가난에 대한 피로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빚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땅에 태어나서』 는 1991년도에 대통령 선거 직전 출판 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이어 두 번째로 출판된 정주영의 자서전이다. 정주영은 자신의 소년시절부터 대선 출마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생각을 담은 이 회고록의 출판을 위해 1년여 동안 구술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직접 정리하였다. 1999년 이 책이 출판될 당시 중앙일보에서는 정주영의 구술을 토대로 작가 김수현이 집필했다고 보도 한 바 있다.
확실히 정주영의 첫 번째 자서전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보다 문장의 문맥이 훨씬 더 매끄럽고 정제되어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와 동일한 원고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은 분명하지만, 어린시절 이야기가 훨씬 축약되어 있으며, 첫 번째 자서전 출판 이후시기에 일어난 북방사업과 대선출마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서술 되어 있다. 이 책은 각 사업별로 현대의 태동, 나는 건설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 중동 진출의 드라마 그리고 1980년, 서울올림픽 유치와 제5공화국 등으로 구성되어, 중요한 시기와 업적에 대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보다 더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자서전을 마치며 부록의 성격으로 정주영 일대기에 대한 연보까지 정리하고 있어, 정주영의 일대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첫 번째 자서전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정주영의 신념 형성에 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두 번째 자서전인 『이 땅에 태어나서』는 중요한 시기와 업적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전자보다는 정주영의 업적에 대한 파악이 쉬운 자료라 할 수 있다. 자서전 성격상 다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연구자의 필요에 따라 자서전의 구성과 성격을 파악한 후 자료로 활용한다면,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을 시작하며 = 5
1. 고향, 부모님
그리운 고향 통천 = 15
나의 소년 시절과 고향 탈출 = 23
2. 현대의 태동
인천부두에서 쌀집 주인까지 = 31
아도서비스, 불, 아도서비스 = 37
흘동광산의 전화위복 = 43
돈암동의 해방 시대 = 45
현대자동차공업사 와 현대토건사 의 출발 그리고 6·25 = 52
고령교의 덫 = 63
그러나 고령교 덕분에…… = 68
시간과 행동 = 73
아우 신영이 = 83
3. 나는 건설인
근대화의 주역은 건설업 = 91
해외로 나가자 = 94
모욕을 받으면서 시작한 소양강댐 = 101
대동맥 경부고속도로 = 113
나는 건설인 = 124
4. 현대자동차 와 현대조선
파란만장한 현대자동차 = 131
조선소 꿈은 1960년대 전반부터 = 158
돈 좀 빌려주시오 = 165
나보다 더 미친 사람 = 174
세계 조선사에 기록을 남기고 = 178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던 일들 = 183
오일 쇼크와 현대 상선 = 188
5. 주베일의 드라마 그리고 1980년
죽을 뻔도 하고 = 197
중동으로 가자 = 204
주베일의 드라마 = 208
산 넘어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어 = 217
비웃을 테면 비웃어라 = 224
생각하는 불도저 = 230
아산재단 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 235
전경련 회장 10년 = 239
심란스러웠던 1970년대 후반 = 246
국보위에 강탈당한 현대양행 = 251
경제 논리가 통하지 않은 시대 = 259
6. 서울올림픽과 제5공화국
올림픽 유치는 박대통령의 의지였다 = 265
바덴바덴의 전력 투구 = 269
대한체육회장 2년 2개월 = 281
수출 주도 산업으로 현대전자를 = 288
국토는 넓을수록 좋다 = 295
아웅산 비극과 일해재단의 탄생 = 302
나라 없으면 일터도 없다 = 307
청문회도 나가보고 = 320
7. 금강산과 시베리아 개발
금강산 공동 개발은 추진되었어야 했다 = 329
고르비와 만나서 = 340
시베리아를 잡아야 한다 = 343
8. 애국애족의 길
인적 자원이 가장 큰 재산 = 353
내가 부자가 아니라 현대 가 부자다 = 355
기업가는 기업 활동으로 애국애족한다 = 360
기업은 커질수록 좋다 = 367
민간 주도형 경제는 언제쯤 = 374
호들갑 떨지 말고 내실을 = 379
9. 나의 철학, 현대 의 정신
현대 의 정신 = 387
부패는 이제 그만 = 390
돈만이 부富가 아니다 = 394
근검 절약, 신용이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 397
긍정적인 사고가 행복을 부른다 = 402
행복할 수 있는 조건 = 408
평범한 아내 = 412
나라를 구하고 싶었다 = 416
이 땅에 태어나서 - 글을 마치며 = 425
정주영 연보 = 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