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없는 바다를 날다』는 현대 그룹 일원으로 34년을 지내온 음용기가 지난날을 회고한 글이다. 음용기는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현대종합상사 사장과 현대종합목재 사장 등을 역임했던 일명 ‘현대맨’이다. 이 책에는 첫 근무지인 월남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오지까지 온 세계를 누볐던 그의 열정이 담겨있다. 우리나라 경제 역사의 산 증인인 현대그룹의 일원으로서 발에 땀 마를 날 없이 살아온 그의 인생 역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현대’를 다니며 겪었던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수주 전말을 비롯해 아스리 수리조선소 프로젝트 수주, 사상 최대 유조선 건조 계약까지 해외에서 활동한 산업역군들의 체험담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기업 창업주의 생애와 일화, 가치관 등을 다루는 책은 많아도 실제 산업 전선의 현장을 기록한 책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용기가 남기는 현대에서의 기록은 산업에 종사하는 동료와 후배들을 위한 일종의 참고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감상이나 단순한 회고라기보다 ‘사실’에 대한 기록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그가 남기는 기록은 곧 현대 그룹의 역사이다. 그의 활동과 업적이 곧 현대 그룹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거대 그룹에 몸 담았던 한 개인의 발자취를 통해 현대라는 기업사가 정리된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가인 정주영의 1992년 대통령 선거 출마에 얽힌 비화를 비롯해서 그의 소신과 철학도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60세가 된 지금도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이노티브라는 벤처 기업을 창설하고 있는 음용기의 끊임없는 도전은 그가 여지없이 정주영의 ‘도전’과 ‘개척’ 정신을 이어받은 ‘현대맨’임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음용기는 자신이 누볐던 세계무대를 등대 없는 바다에 비유한다. 그만큼 그가 마주한 곳들은 험난한 곳들이었다. 그러나 등대 없는 바다를 날며 선박과 자동차를 팔고, 교량을 건설하고, 건설 공사를 수주하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대한민국을 성장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이 이루어 낸 값진 성과는 모두 때로 무모해 보일 정도의 용기와 도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현대그룹에서 일했던 임직원 중에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는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내는 경우가 종종 보이고 있다. 『등대 없는 바다를 날다』의 저자 음용기는 이전에 이미 현대종합상사에서 함께 일했던 임직원들과 함께 해외시장 개척 과정이 담긴 『길이 없으면 길을 닦아라』를 공동집필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의 일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보기 위해 『등대 없는 바다를 날다』를 쓰게 되었다.
저자는 1966년 현대건설 ‘외국공사부’에 입사한 후부터 중동지역으로의 진출, 선박 수주 계약, 포니 자동차의 동구권 진출 과정 등 현대그룹의 해외시장 개척 과정에서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경험했고, 그 과정들이 에세이의 형식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5장에서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일화를 정리하고 있는데, 정주영의 대선출마 결심의 요인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고, 선거 과정에서 체포되어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정주영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일화도 언급된다. 초반부에 노동자들에게 밥을 잘 먹이는 문제에 대해 정주영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는 점이나 식자재 관리 역시 허투로 하지 않았던 점, 해외영업부에서 진행하는 일을 매일 보고 받고 챙겼던 점 등이 인상적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부분적으로만 다뤄지고 있어, 오히려 『길이 없으면 길을 닦아라』가 좀 더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현대그룹의 해외진출 과정과 그 비화 등을 소상히 알고 싶다면 『등대 없는 바다를 날다』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리말 = 4

1.
첫 직장, 현대건설 = 11

월남, 전쟁터에서의 1년 = 22

현대의 창조적 개척정신으로 무장되다 = 32

결혼한 독신들 = 44

알래스카 허리케인 브리지 사건 = 50

런던,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도약거점 = 58

세계일등 선박용 엔진메이커의 출발점 = 71

2.
일본을 꺾고 중동시장을 열다 = 77

본사를 팔아 아프리카에서 대어를 낚다 = 84

나이지리아 교통부와의 마무리 담판 = 94

아스리 조선소 공사 수주 = 102

사우디아라비아 해군기지 공사 수주 = 111

사상 최대의 주베일 산업항 프로젝트 수주전쟁 전말 = 118

3.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다 = 133

전무후무한 컨테이너 전용선 수주 = 142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체결한 선박건조계약 = 145

고도 알렉산드리아 상륙 = 151

에프플로이야 VS 라스코 = 157

합동작전의 개가, BBSL의 RORO선 수주 = 172

현금 대신 주권(株券)을 받은 계약 = 187

통 큰 대통령과 노회한 대통령 = 193

US라인 프로젝트의 교훈 = 196

일주일간의 런던 국제상사중재위원회 증인출석 = 202

4.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치른 혹독한 신고식 = 211

통영만의 해상철수 대작전 = 222

포니 자동차의 동구권 첫 진출 = 226

한국 최초의 해외공업단지 조성사업 = 233

동토의 땅, 소련진출 = 238

현대종합목재의 개선 = 250

되지 않는 사업, 솔로몬 군도 원목개발사업 정리 = 260

15년 송사, 미국 덴버 법정에서 마침표를 찍다 = 266

5.
1992년 대통령선거를 되돌아보다 = 275

유일했던 일터, 현대와의 이별 = 292

스탠퍼드로 떠나다 = 297

60세에 도전한 벤처, 이노티브 = 304

에필로그 - 나의 삶, 나의 여정 = 314

맺는 말 =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