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간 정주영의 진솔한 모습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30년 넘게 경제기자로 일해 왔는데, 1980년대에 곁에서 지켜본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간 정주영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자 하였다.
정주영 회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건전한 체력을 소유한 사람이다. 20대의 팔팔한 신입 직원과 씨름을 해서도 지지 않을 정도의 체력을 가진 정주영 회장은 신입 직원을 뽑을 때는 첫 번째로 내세우는 것이 학벌보다 체력이다. 둘째는 활달한 추진력을 채용기준으로 해서 사람을 뽑았으며, 머리가 좋은 직원보다 신체 건강하고 진취적인 직원을 훨씬 좋아하였다.
재벌 총수의 오찬이라 하면 화려한 장소를 떠올리지만 매주 수요일 전경련 기자회의 때는 소박한 점심 메뉴로 불고기 백반을 먹을 정도로 정 회장은 소박하였다. 그의 검소함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15년 넘게 신은 그의 구두가 그것을 말해준다. 어려서부터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물려받아 그것이 자신의 경제원칙의 기본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대할 때에는 주역이 누구인지, 어떤 응대가 예의에 맞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대로 실천하였다. 상황의 변화에 맞춰 행동을 엄격히 조절, 통제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였다.
정주영 회장은 1977~1987년 동안 전경련 회장으로 있었다. 특히 전두환 대통령 체제 이후 정주영 회장이 연임된 것은 집단적 저항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해 새로운 세력에 대한 저항이나 도전이라 말하는 사람도, 언론도 없었다. 그러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경제력의 집중, 재벌식 경영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있었으나 자본의 힘이 셌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면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정주영은 최고 경영자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사람을 보는 밝은 눈"을 꼽고 있다. 사람을 바르게, 정확하게 판단하는 힘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라고 생가하고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현대 정주영 회장은 라이벌 관계이면서 애증의 관계이다. 라이벌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쓸쓸한 것인가. 라이벌을 따라잡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면서 더욱더 기업이 커가고 성장한 것이다.
정주영은 건설업처럼 중요하면서도 고생스러운 업종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여러 분야의 기반을 닦아 주는 것이 건설이고, 또 그 끝맺음을 해주는 것이 바로 건설업이라 본 것이다. 경험 없는 조선업 진출에 모두가 손을 내저을 때, 그는 커다란 건축물 속에 엔진을 들여 놓는 것이 조선이지 별건가라는 논리로 반대를 잠재웠고, 자동차 고유모델 포니를 만들 때도 고속도로 뚫고 배를 만들었는데 자동차는 왜 안돼라는 한 마디로 돌파한 인물이다.
그는 철저한 레드오션의 신봉자이다. 한국 경제는 교과서대로 하면 하나도 될게 없다.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고 경영자의 능력이나 경험도 부족하고 내 자신부터 그렇다. 남이 다하고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기업이 안전한 길만 택한다면 후퇴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블루오션이란 어디까지나 레드오션의 한 영역에 불과하다는 신념에서 나온 생각이다. 그는 고정관념은 사람을 멍청이로 만든다고 보았다. 정주영 회장은 신격호 회장을 타고난 장사꾼으로, 이병철 회장은 한국에 다시 나올 수 없는 기업인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김우중 회장은 기업도 아니고 기업인도 아니라 칭하였다. 최종현 회장은 때를 잘 잡는 기업가라고 평하였다.
그가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다음과 같은 신념을 가졌다. 첫 번째 한 번도 내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일이 좋아 일에 미쳐서 열심히 일했고 일을 늘려갔을 뿐이며 그러다 보니 기업이 커진 것이다. 두 번째로, 건강은 행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세 번째, 나의 부지런함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첫째가는 내 평생 자본이자 재산이다, 네 번째,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소학교 소풍가는 날의 설렘, 바로 그것과 똑같다.
금융위기의 짙은 먹구름이 전세계를 뒤덮기 시작한 2008년. 미국을 진원지로 한 금융위기는 150년 전통의 금융기관을 단숨에 넘어뜨리는가 하더니 유럽으로, 일본으로, 중국으로, 한국의 심장부로, 해일처럼 세계를 강타하였다. 위기의 파고는 금융을 넘어서 실물경제를 흔들었다. 희망의 소리는 잦아들었고, 전망은 갈수록 암울해졌다.
저자는 현대그룹 회장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인 정주영을 경제기자로 만나면서 이미 숱한 신화를 만들어낸 재계의 거물 정주영 회장을 「재벌 총수 정주영」「터프한 기업인」으로 각인된 선입감을 가지고 만났지만, 점차 「인간 정주영」「소프트 카리스마 정주영」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바뀌어 갔다.
그는 암흑의 계절에도 희망과 낙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기자들 앞에서 바지를 훌렁 내리는 파격을 연출하며 솔직함으로 다가섰다. 늘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모를 낡은 구두, 헐렁한 양복 차림이었고, 불고기 백반이 그와의 최고 성찬이었다. 70세가 가까워진 나이에도 신입사원과 씨름을 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질 만큼 열정이 넘쳤는가 하면, 연하장을 한 장 한 장 직접 쓰는 섬세함도 있었다. 매일 새벽마다 오늘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설레임으로 잠을 깬다는 정주영.
부유한 노동자로 자처했던 정주영. 구두에 징을 달고, 오래된 와이셔츠의 깃을 바꿔달면서 평생 근검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정주영. 세계적 기업을 일군 후에도 어릴적 빈한했던 강원도 농촌과, 부지런했던 농부 아버지의 추억을 결코 잊지 않았던 정주영.
이 책은 절망의 시대인 1980년대 초, 곁에서 지켜본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간 정주영」의 진솔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경영철학이나 비즈니스 일화와 같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나 학문적 이야기는 아니다.
모두가 고통스런 지금, 우리에게는 더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 그것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정주영처럼 평생 근검과 초심을 지킨 기업인이 우리 주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저자는 사상초유의 경제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어줍잖은 위로 따위는 공허한 말잔치일 뿐이다. 숨가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뚝심, 두둑한 배짱과 독특한 카리스마로 위기와 맞서고 이겨낸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함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소개 = 4
들어가면서 = 6
Chapter 1. 정주영 회장, 바지를 벗다 = 23
나 이길 수 있어? = 34
경포대, 몽산포, 그리고 금강산 = 36
솔직, 대담, 그리고 스킨십 = 38
씨름, 그 본능적인 욕망 = 41
Chapter 2. 불백과 헌 구두 = 47
헌 구두, 낡은 와이셔츠 = 57
소금 혹은 채찍 = 62
Chapter 3. 1박2일... 야누스의 얼굴 = 67
장면1. 신년파티 = 69
집 한번 멋지게 지어볼까? = 80
장면2. 철저히 무시당하다 = 83
장면3. 돌아온 정 회장 = 87
꽃 달기도 어렵다 = 89
주연이 누구냐 = 91
Chapter 4. 재벌들의 반란 = 93
단식이 식사문제? = 107
시장은 재벌을 원한다? = 109
Chapter 5. 나는 그런 작자 절대 안 봐줘 = 115
1980년 언론통폐합 = 123
Chapter 6. 이병철과 정주영 = 125
링 위의 현대와 삼성 = 136
Chapter 7. 연하장 읽기 = 143
황당 연하장 감별법 = 149
Chapter 8. 나는 건설인입니다 = 153
화려함, 그러나 고(高)리스크 = 162
Chapter 9. 블루오션은 없다 = 165
영원한 블루오션은 없다 = 171
고정관념은 사람을 멍청이로 만든다 = 175
Chapter 10. 정주영과 신격호, 김우중, 최종현 = 179
신 회장 정말 대단해! = 181
자기 손으로 만든 공장있나? = 183
때를 잡아야 성공한다 = 185
최종현 회장의 기회 = 187
Chapter 11. 한강을 세느강처럼 = 189
수난을 뛰어넘은 상상력 = 195
Chapter 12. 정주영이 사랑한 것들 = 197
일 = 199
몸 = 202
아버지, 어머니 = 203
새벽 = 205
Chapter 13. 정주영, 현대그룹, 1980년 = 211
Chapter 14. 에필로그, 끝나지 않은 꿈 =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