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승부사들』은 ‘승부의 세계’로 비유되는 한국의 현대 사회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승자’들을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선 승부사의 기존 조건들, 승부사들의 전략·전술, 승부사의 정체성을 소개하고 그에 부합하는 한국의 승부사들을 소개한다. 한국의 이름 높은 승부사들은 대개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역경과 싸워 이긴 사람들이다. 이들의 한 가지 특징은 남들이 뭐라 하든 오직 제 방식대로 고집스럽게 한길만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궁핍은 승부의 길로 나아가게 했고, 강한 정신력으로 승운(勝運)을 가져왔다. 자만심과 불안감을 멀리하고 남다른 카리스마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승리해왔다.
정주영에 대해서는 ‘큰 시련이 큰 승부사를 낳는다’라는 제목으로 한 절에 걸쳐 소개한다. 특히 필자는 금강산 사업을 비롯한 대북 사업이 그의 일생 중 마지막이면서도 가장 큰 승부라 평가하고 있다. 그런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하면서도 좌절의 연속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 보다 큰 성공을 위해 서울로 향했고 험한 일을 통해 인내를 배웠으며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탓에 힘든 일에도 성실할 수 있었다.
휴전 후 건설업으로 성공하였으나 그는 곧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신진자동차가 앞서 GM과 불리하게 계약을 맺어 불평등하고 굴욕적으로 사업을 한 바 있는데 이에 많은 교훈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포드사와의 계약에서, 자동차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으로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합의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외에 고속도로 건설, 조선사업 등 주로 국책사업을 맡았고 그와 관련해 박정희에게도 큰 믿음을 주게 되었다. 박정희는 특히 정주영에게 국책사업을 맡긴 적이 많았다. 이들은 출신지도 다르고, 학벌, 혈연으로도 연관성이 없다. 정치적 이해 관계도 멀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헝그리 정신이다. 박정희는 정주영에게서 남다른 헝그리 정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조선소 건설 관련해서도 이 둘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정주영을 부추긴 것은 늘 박정희였던 것이다. 영국으로 건너가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사건 등을 거쳐 2년 3개월 만에 조선소 건설을 마쳤다.
자동차사업도 그랬고, 경부고속도로 건설, 조선사업도 그랬듯이 정주영은 큰 승부만을 골라 역경과 시련을 이김으로서 국민 경제에 길이 남을 대승부사가 되었다. 그가 고등교육을 받고 선대로부터 유산을 받아 그것으로 기업을 일으켰다면 큰 시련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불우한 환경과 큰 시련이 없었다면 대승부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불가능한 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헝그리 정신이 가져다 준 집념 덕분이었다.
『한국의 승부사들』의 저자는 산업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국경제일보 편집국장 등 주로 경제관련한 분야에서 종사한 언론인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승부’의 연속으로 본다. 그리고 한국의 여러 분야에서 대가라고 이름 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승부에서 승리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도덕률이나 가치관에 초점에 있지 않고, 이들의 일생을 좌우해 온 결정적인 승부에서 어떤 테크닉을 사용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서술했다고 쓰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모택동과 맥아더의 전략전술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이 대표적. 이외에도 박세리(골프선수), 선동렬(야구선수)의 초심 정신, 백범 김구와 법률가 이태영의 반체제 인사, 박찬호, 박경리, 천경자, 조훈현, 박정희, 김대중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정주영 및 현대와 관련해서는 두 개의 절에서 다루고 있다. 「후계자 승부에서는 개서잉 강한 자가 패한다」에서는 현대와 삼성의 그룹 승계 방식을 서로 비교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현대그룹의 기업 경영 방식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물러나라는 형님의 한 마디에 바로 수긍하는 동생의 모습은 현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정주영의 위치 및 역할을 알 수 있고, 가부장적인 분위기 역시 잘 드러난다.
「큰 시련이 큰 승부사를 낳는다」에서는 정주영의 창업과정과 그 속에서의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그 시련이라는 것은 중공업 건설 과정과 현대상선 설립 시기까지만 이야기가 되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다. 이외에 박정희와의 관계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두 사람이 ‘헝그리 정신’이라는 공통된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의기투합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내용 자체는 평이하고, 특이할 것이 없다. 전문 연구서가 아닌 대중 교양서로서, 그 본연에 성격에 충실한 책이다.
책 머리에 = 5
1부. 승부사의 기본 조건| 음지에서 태어나 시련을 먹고 자란다 = 13
1. 승부사는 음지에서 태어난다 = 15
2. 궁핍은 승부의 길로 나아가게 해주는 안내자 = 25
3. 승운(勝運)은 강한 정신력이 가져다주는 선물 = 38
4. 승부 세계에서 리더가 흔들리면 패망한다 = 49
5. 자만심은 승부의 가장 큰 적이다 = 57
6. 승부사에게는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다 = 63
7. 후계자 승부에서는 개성이 강한 자가 패한다 = 75
8. 큰 시련이 승부사를 낳는다 = 87
9. 실패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싸우면 승리한다 = 104
2부. 승부사의 전략·전술 | 전략엔 완강하고 전술엔 변화구가… = 111
1. 싸우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 = 113
2. 승부사는 변화구를 주무기로 쓴다 = 126
3. 남을 꺾기보다 지지 않는 것도 승부의 비책(秘策) = 139
4. 대안(代案) 없는 승부는 패한다 = 147
5. 난적(亂敵)은 접근전으로 싸워야만 이길 수 있다 = 153
6. 모방전법으로는 이기지 못한다 = 164
7. 승부에서 낙관 무드는 불운을 불러온다 = 172
8. 수적 우세가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 181
9. 속도가 승부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다 = 185
10. 탄탄한 수비전법이 막강한 공격력을 꺾는다 = 189
11. 모든 승리에는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 194
12. 패가망신은 가정불화에서 온다 = 198
13. 연승을 하려면 어제의 영광을 빨리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라 = 206
3부. 승부사의 정체성 | 강렬한 자아의 확대·재생산 = 211
1. 현실 시스템을 거부하는 반체제 인사가 초강자다 = 213
2. 무표정은 승부사의 강력한 무기 = 223
3. 에이스 대접을 받으려면 상대를 제압할 결정타가 있어야 한다 = 229
4. 창조의 달인이 되려면 먼저 고독과 승부하라 = 236
5. 승부사는 자기보다 더 강한 경쟁자를 만나야 큰다 = 243
6. 천재 소년도 승부 세계에서는 고행을 거치지 않으면 단명한다 = 249
7. 일류 실력가는 스스로 갈고 닦은 독학자들이다 = 255
8. 승부사의 폼은 실력이다 = 264
9. 상생관계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 268
10. 승부사는 은퇴를 모른다 = 273
11. 거장(巨匠)은 투혼의 오랜 결정체이기에 대기만성형이다 = 277
12. 스포츠의 승부 세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 284